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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자 :  운영자 2006-01-19 13:00:32 | 조회 : 4066 | 추천 : 0

색 이야기

특집 / 색 이야기 - 1. 색 아래, 우리

색의 유혹에 빠져든 세상

문은배 / 문은배색채디자인연구소 소장, mmeebb@hanmail.net

 
언어를 초월하여 가장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도구는 무엇일까? 전 인류에 해당하는 공감각적인 감성대는 없을까? 색의 활용이 가장 두드러지는 광고를 보면 그 컨셉트와 시각적인 비주얼의 주조색이 맞지 않아 전혀 다른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광고의 성공 여부뿐만 아니라 자칫 매체의 강력한 힘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의 색채 심리를 어지럽힐 수 있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려는 기업 광고나 음식 광고의 주조색이 청록이나 청색이라든지, 학습지 광고에 빨간색이 등장하는 경우는 반대색을 적용한 대표적인 경우다. 역발상으로 반대색을 사용하여 어필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제작자나 광고주의 의도와 전혀 상반된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튀는 광고, 기억에 남는 광고이기 이전에 광고 자체는 시각적인 문화이기에 공적인 매체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색의 이미지는 크게 5개 군으로 나눌 수 있다. 그 다섯 색은 빨강, 노랑, 초록, 파랑, 자주이며 각각 넓은 영역으로 각자의 톤을 포함한다. 여기서 말한 5가지 기본색은 모두 대표적인 색상의 분류 영역이다. 디자인에서 사용 빈도가 높고 일상생활에서도 기본이 되는 색 중에서 보라를 제외한 빨강, 노랑, 녹색, 파랑, 검정의 기본 5색이 갖는 공감각적인 이미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빨강 - 조화에 따라 다른 느낌

빨강은 가장 힘차고 역동적인 색이다. 사랑을 상징하는 색임과 동시에 분노와 복수의 색이다. 종교적으로는 하늘인 성령의 색임과 동시에 악마인 사탄의 색이다. 신분을 나타낼 때는 중국 공산당의 경우처럼 노동자와 혁명의 색이면서 왕과 추기경의 상징 색이기도 하다. 물론 위의 빨강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조사해 보면 모두 같은 색은 아니다. 모두 빨강 색상 계열일 뿐 전문적으로 분류하면 세분화된 색으로 색 이름부터 색채 좌표까지 모두 다른 색이다.
 
빨강은 어떤 색과 만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의 느낌을 준다. 원색의 빨강이 분홍과 만나면 육체적인 사랑, 유혹 등을 의미하며 여신 중에서는 아프로디테를 상징한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 을 보면 의도적으로 살색을 강조하고 보색인 파란색으로 배경을 채웠다. 물론 이유는 피부색의 빨간 색상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한 야수파 화가인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유난히 붉은색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는 강한 정렬과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여성과 관련된 빨강은 주로 의상에서 나타난다. 여성이 빨간색을 입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고전적인 귀족의 상징인 로코코 예술에서 사치와 귀족의 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키치(kitsch) 적으로 모방하여 표현한 거리의 여인을 뜻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귀족의 빨강은 크림슨이고 후자의 빨강은 스칼렛에 해당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빨강은 모든 색 중에서도 작은 톤의 차이로 주는 느낌이 매우 다른 색이다.
우리나라는 빨강을 길흉화복 중 화와 흉을 방지하는 액막이 색으로 사용했는데 의미론적으로 강한 불의 기운으로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동짓날 먹는 팥죽 역시 몸 속에 강한 기운을 넣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전통 적인 빨강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특정한 색명과 색채 좌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기생의 상징색은 홍색으로 영어의 스칼렛과 같은 색이며 의미도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는 여성을 상징하는 색에 스칼렛색의 의미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추세다.
 

노랑 - 사치와 아름다움의 상징

색 중에서 의미론적으로 가장 상반된 뜻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색이 노랑이다. 노랑은 그만큼 우리에게 다양한 느낌을 준다. 빨강이 톤별로 느낌이 다르고 다양한 색을 갖추고 있다면 노랑은 다양하지도 않고 하나의 원색만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준다. 또한 색 자체로도 너무 밝은 색이어서 우리는 밝은 노랑의 톤은 세밀하게 구별하기 어렵고 어두운 노랑이 되어서야 다소 구별할 수 있는데, 어두운 노랑은 모두 올리브 그린 계열의 색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물감을 섞을 때 노랑을 어둡게 하려고 검정을 첨가하면 올리브 그린 색이 되어 녹색 느낌이 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갈색이나 황토색 등은 모두 빨강 계열의 색에 속한다.
 
노랑이 귀족의 사치를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황색을 대변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 때다. 동양권에서는 전체적으로 왕과 절대 신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하며 특히 중국은 황제에 대한 상징으로 황색을 잘 쓴다. 황색은 사용할 때 정확한 좌표의 표현과 질감을 동반하지 않으면 가치 없는 색으로 전락하기 쉽다. 반면 영국과 독일 등 서양에서는 유치한 어린아이나 배신자, 찢어지는 듯한 소음의 색으로 좋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또한 금발은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을 보고 ‘Yellow’ 라고 부르면 천박하고 저급한 여인을 부르는 것이 되므로 반드시 ‘Goldy’ 로 불러야 한다. 그리스 신 중에서는 아폴론, 헬리오스 등 태양의 신들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의 노랑은 우선 전통적으로 황제를 상징하는 색으로 조선 후반기까지 금(禁) 색으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왕실은 물론 민간에서도 사용이 금지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황색 염료를 내는 식물과 염료가 발달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며 염색에서 노랑의 보색인 파랑이 발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황색은 대지와 땅의 기운을 상징하여 모든 색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화가 중에서 유난히 노랑을 즐겨 사용한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다. 인상파 화가들이 주로 칙칙한 톤으로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반면, 그는 주로 노랑을 사용하여 광적이고 화려한 느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 특히 노랑이 강렬한 이유는 당시 비싼 카드뮴을 사용할 수 없어서 싼 노란색인 크롬을 사용해 두껍고 둔탁하게 칠했던 것인데, 그것이 후세에 더욱 강해진 노랑의 의미에 그의 광기가 더해져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녹색 - 동양과 서양간에 큰 차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녹색을 참 선호한다. 녹색이 자연에서 온 색이며 자연을 상징하고 순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녹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으레 순수하고 자연지향적인 성향을 보인다. 우리의 전통적인 의식 속에도 녹색은 좋은 의미를 많이 담고 있다. 우선 자연 경관에서 온 색인 유록색, 춘록색, 유청색, 녹색, 초록색, 취람색 등이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우리 조상들이 기나긴 겨울을 보내며 봄을 학수고대했던 이미지가 담겨 있는 색이다. 예를 들어 춘록색은 겨우내 움츠렸던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며 처음으로 돋아나는 어린잎색이다. 유록색은 며칠 뒤 봄기운이 좀 더 들어간 버들잎색이고 유청색은 완전히 핀 버들잎색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의 녹색에 대한 사랑과 서술은 유별났다.
녹색은 아리따운 규수를 말하기도 한다. 깊은 규방에서 곱게 자란 양가댁 규수를 표현할 때 녹색을 사용했던 것이다. 모 여대의 학교 마크가 녹색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원래 전통적으로 동쪽을 사랑했고 지향했던 선주(船 主) 들이 동쪽에서 돋아나는 기운을 느끼며 생각했던 청색을 눈에 보이는 봄의 기운과 연결해서 청과 녹을 함께 서술하기도 했다. 따라서 청색과 녹색이 그 의미상 같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이 청색과 녹색을 같이 본다 는 것은 색을 구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봄의 기운으로 상징성을 같이 봤기 때문이다.
 
반면 미주를 포함한 서구에서 녹색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자연미와 중립성을 들 수 있다. 자연미는 대자연의 상징색으로 자연을 곁에 두고 싶을 때 사용했다. 중립성은 온도감과 관계된 것으로 빨강이 뜨거운 것을 상징하고 파랑이 차가운 것을 상징하므로 중간의 녹색은 온화하고 별 느낌이 없는 온도감을 갖는 색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녹색의 중립성은 사람의 감정이나 정신 상태의 중립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서툰 일 또는 바보스러움, 촌스럽고 답답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독일의 속담 중 ‘녹색을 몸에 칠하면 염소가 먹어치운다’ 는 말은 바보 짓을 한다는 뜻이고 영국에서는 ‘내 눈이 녹색으로 보이냐’ 고 물으면 내가 바보로 보이냐는 간접적인 표현이 된다.

 

서양의 중세 문학도 녹색을 순수한 시골 아가씨를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서양에는 녹색과 관련된 여자들의 이름이 많다. 예를 들어 플로라(Flora)는 로마인 이 섬겼던 꽃과 식물의 여신이며 실비아(Silvia) 는 라틴어로 숲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올리비아(Olivia), 린다(Linda) 등 많은 여성의 이름이 녹색에서 나왔고 그들은 모두 순수, 자연, 생명을 상징한다. 이 밖에 녹색이 남성을 상징하는 경우에는 반대로 대자연의 권위와 군림하는 자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에서도 녹색은 빨강, 파랑과 함께 성령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녹색은 독(毒) 을 뜻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자연 염료가 아닌 인공 염료로 녹색을 만들려면 많은 양의 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옛날 화가들은 녹색을 만들기 위해 구리에 초를 섞었다. 혹은 구리 조각에 비소를 넣어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녹색의 제조 과정이 나폴레옹의 운명을 결정 지었다. 유난히 녹색을 좋아했던 그는 많은 양의 인공녹색 염료를 만들게 했고 자신의 주변을 녹색으로 치장했다. 결국 프랑스에서 그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나폴레옹은 독살된 것이 아니고 녹색의 비소로 인한 만성 중독임이 밝혀졌다. SF 영화에 나오는 외계 괴물의 피나 점액들은 거의 대부분 녹색이다. 피와 반대되는 색으로 혐오감을 주기 위한 것 이기도 하지만 이런 과학적인 원리의 표현인 것이다.

 
사람들은 녹색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눈이 어지럽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우선 녹색은 시야각을 가장 좁게 차지한다. 흰색은 눈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어도 감지된다. 그러나 녹색은 시야의 중심에 있지 않으면 감지되지 않는다. 역으로 설명하면 시야 주변의 녹색은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숲에 들어가면 눈이 편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한 녹색은 낮은 채도의 녹색이지 순수한 원색이 아니다. 대기업의 회의실 테이블에 원색의 녹색 테이블보를 깔아둔 경우가 많은데, 원색의 녹색은 시야를 어지럽힐 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또 하나의 예로 병원의 수술 실을 들 수 있다. 외과 수술시 의사가 입는 가운이 녹색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술 의사의 눈에 녹색의 잔상이 떠오르는 것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다. 또한 가운에 얼룩이 져도 피의 빨간색과 보색이어서 진한 회색으로 보이거나 검은 얼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랑 - 누구나 좋아하는, 조용하고 침착한 색

파랑은 특정 집단이나 연령 등 계층의 구분 없이 모두 좋아하는 색이다. 색의 선호도에서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어느 국가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고 연상되는 이미지 또한 대부분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CIP(Corporate Image Identity Program)색 중 가장 많은 사용 빈도를 보이고 있는 색 역시 파랑이다. 그 이유는 파랑이 긍정적이고 젊음을 지향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랑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개성 없고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쉽다. 또한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집단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개성 있고 독특한 파랑을 개발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파랑은 가장 조용하고 후퇴되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색이기도 하다. 녹색이 자신을 숨기는 색이라면 파랑은 자신을 보여 주면서도 조용한 색이다. 따라서 파란색의 실내는 조용하면서도 침착하다. 실내가 소란스럽고 정신없을 때 실내를 파란색 분위기로 만들면 그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로 인하여 실내는 조용한 침묵의 공간이 된다.

역사 속의 파랑은 어떤 이미지였을까? 우리나라는 젊은이의 기상과 호연지기를 상징하는 색으로 파란색을 사용했고 그 의미는 청화 백자에도 남아 있다. 영국에서는 귀족과 귀족남의 정절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하여 이 상징은 물망초, 치커리 등의 꽃말로 자리잡기도 했다. 따라서 국왕의 영원한 상징인 정절로 만들어진 색이 로열 블루다. 로열 블루가 국왕의 권위를 나타낸 데에는 이처럼 정절과 침묵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사용하는 또 다른 귀족적인 파랑으로 울트라 마린 블루가 있다. ‘바다를 건너온 색’ 이라는 뜻의 울트라 마린은 로마 사람들이 ‘동양에서 온 신비’ 라는 의미로 귀하게 여긴 색이다. 또한 파랑은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공상의 색이기도 하다. 파랑은 우리가 흔히 우주를 표현할 때 사용해 무한한 공간 속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SF 영화의 대부분이 파랑의 배경과 색채 타이틀을 사용하는데 파랑이 가진 상상과 무한한 공간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반면 파랑은 근대 화가에게 있어서 비탄과 슬픔의 색이기도 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경우 시안(Cyan) 색을 중심으로 파리 뒷골목의 서정적이고 슬픈, 가난한 노동자의 생활과 그들의 감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뒤이은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와 앙리 마티스 등의 화가에게 영향을 주어 소위 감성을 표현하고 상징을 담아내는 비대칭 추상미술이라는 최초의 추상파 화가 군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파랑의 조용함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서 나와 근대 화가의 영향으로 가시화되고 감성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검정 - 마법, 권위, 죽음의 상징

마법과 인상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은 검정이다. 우선 마법을 상징하는 색이 검정이라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그러나 인상파가 검정을 사랑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초기의 인상파와 관련되었던 입체파의 파블로 피카소와 피엣 몬드리안(Piet Mondrian) 은 모두 초기에는 강한 색채 대비를 보였지만 말기의 작품은 모두 흑백의 그림, 특히 검정이 주조색이 된 그림으로 종결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검정에는 그만큼 많은 상상의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법을 상징하는 검정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주며 가벼운 상상보다는 깊이 있는 사고에 더 가깝다.

검정은 연륜을 상징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젊을수록 검정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의 젊음에 쉽게 연륜을 더해서 그럴 듯하게 보이려는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죽음과 침묵이 동반하여 더욱 기피하는 색이 되기도 한다. 20세기 후반인 1970년 대에 샤넬과 크리스챤 디올, 베르사체, 입셍로랑 등은 검정을 ‘최고의 단순함과 최고의 아름다움의 결합’ 이라고 일컬었다. 이들의 말 덕분에 20 세기 최고의 색인 검정은 이제까지 예술 사조의 주조색과 빈 센트 반 고호의 노랑을 제치고 최고의 유행색으로 자리 잡게 됐다. 즉 여성의 우아함과 남성의 정중함을 모두 대표하는 색이며 신사숙녀의 가장 보수적이며 품위 있는 색이 된 것이다. 에바 헬러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의 이름 중 우리 말로 ‘검정씨’ 에 해당하는 슈바르츠(Schwarz) 가 우리 나라의 김 씨나 이씨만큼 많다고 한다. 이는 중세 독일의 봉건시대 사람들이 남성의 힘과 권력을 상징하던 검정을 좋아했던 데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정은 매우 나쁜 의미의 색이다. 우선 가장 추운 겨울과 북쪽을 상징하며 인생의 끝을 의미한다. ‘검은 물을 건넜다’ 는 바로 죽음을 의미하며 그 곳에서 오는 저승 사자 역시 검은색의 도포를 입고 있다. 그 밖에도 검정은 속세에 물든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근묵자흑(近 墨 者 黑)’ 이라는 말에서처럼 검정은 그만큼 타락한 색이기도 하다. 한국 화의 한 종류인 묵화는 여백의 흰색을 강조하고 여백을 그림에 표현하기 위함을 강조한 이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5가지 기본색은 광고나 CIP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색들이다. 기본색의 사용빈도가 높은 것은 긍정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있고 표현도 상당히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이 쉽기 때문에 다른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와 차별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CIP 주조색이 80% 정도는 위의 기본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말했지만 기본색에는 무한한 톤이 있어서 각각 같은 색상에서도 느낌 이 다르고 사용 방법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기본색의 이미지를 이해하고 그 위에 자신의 색을 다듬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밀하게 색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기본 적인 색상의 의미와 내재된 의미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일수록 한 집단만의 색채의식이 아닌 공감각에 의존해야 하며 특이하게 통용되는 각 나라마다의 색채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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